Jihyun Jung

Bird Eat Bird _ 박수진

 

 

박수진 (복합문화공간 에무 디렉터)

월간미술, 2013년 7월호

 

전시장 입구와 마주한 가벽 위에 규격 타일블록 같은 오브제/이미지가 설치되어 있다. 마치 건축자재 같은 백여 장이 넘는 규격화된 종이 블록은 비슷하지만 모두 다른 이미지의 연필 드로잉이다. 같은 듯 모두 다른, 다르지만 반복된 풍경이다. 작가가 영국 템스 강가에서 흐르는 강물을 기록한 것들이다. 그는 강물과 함께 템스강을 지나는 배들의 행적도 기록한다. 작가는 흐르는 강물, 끊임없이 움직이는 형태를 눈으로 쫓고 그것을 손으로 기록하는 행위사이 간극에서 발생하는 엇갈림 속에서도 두 개의 마주침이 가능한 일시적인 순간을 붙잡으려고 반복적인 몸짓을 한다. 마치 매일 비슷하지만 매번 다르게 움직이는 일상에서 어떤 섬광의 순간을 기다리는 허망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해야만 하는 일상처럼 말이다.

정지현은 세 번의 개인전을 통해서 언어의 메타언어적 기능을 변주하면서 (불)가능성의 조건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줬다. 그는 일상에서 언어를 넘어선 어떤 세계가 있음을, 언어가 의미에 정박되지 못하고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상황을 통해 보여준다. 특히 우화처럼 풀어놓는 작업방식은 언어가 ‘진리에 대한 진리’를 말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 의 작품에는 대화를 하듯 작품 안에 상대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두 대의 선풍기도 마주보고 책을 넘기고 (<PING PONG>), 새를 먹는 새도 눈이 가려지고 손은 끈에 묶인채 서로를 마주 보고, 나무에 매달려 있는 전구는 Bird Eat Bird의 철자를 움직이며 비춘다(<Bird Eat Bird>). 깜빡이는 집안의 불빛은 손톱 깎는 소리에 대구한다(<손톱 깎는 방>), 보고 기록하는 행위(<Thames>), 관람객이 들어서자 불이 켜지는 (<바다가 들린다>)등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상대는 다른 행위로 끊임없이 반응한다. 심지어 의성어마저 틱탁 (TIC TAC), 핑퐁(PING PONG)하며 반복적으로 서로에게 대구를 한다. 서로는 자동 기계처럼 대응하지만, 서로의 대화는 의미를 발생하지 못하고 그래서 강박적으로 반복된다.

그 어긋나는 대화는 퍼포먼스 “눈앞에 없는 낯섦”에서 극대화 된다. 상대의 목을 잡고 신체의 일부를 마주 잡지만 시선과 대화는 어긋나기만 하고 일상적인 대화는 의도하지 않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연히 아주 잠시잠깐 의미가 고착되기도 하지만 다시 미끄러진다. 끊임없이 엇갈리면서도, 일시적인 어떤 한 순간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그들의 대화를 이어가게 한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일치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한 조각의 어떤 믿음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행위일 것이다.

작가는 <별안간무지개가>를 통해 그 믿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믿음에 대한 희망을 무지개 생성에 필요한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장치로 만들었다. 이론상으로는 이 장치를 통해 아주 잠깐일지라도 공중에 피어오르는 오색현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 대해 작가는 말한다. 정말로 무지개를 본 사람이 있다면 그는 매우 운이 좋았거나 거짓말에 능한 사람일 것이라고. 그는 <별안간 무지개가>를 통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바라보는 태도와 위치에 자신을 포함시키고, 불가능성이라는 실패를 기꺼이 껴안는다. 그래서 전시는 말한다. “그들은 자기가 하는 말을 알지 못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소통하고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