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hyun Jung

느슨한 공동체의 골목놀이 <방구석 대모험_VR끼고> _ 예정원

 

 

에디터 예(풀풀)정원

 

 

언젠가부터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구석에서 소통을 원했다.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변해가는 시기, <방구석 대모험 (VR끼고)>는 현실에서 구현되었던 활동들을 가상의 공간에서 모여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며 경험하게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예술가와 참여자들의 느슨한 공동체는 우리들에게 다양한 예술적 대화와 상상력을 자극한다.

“다른 방식으로 바라본다는 것 Ways of seeing”

모든 것이 정지된 채, 창과 창 사이를 들여다보며 주고받는 온라인 수업이라는 평면적 플랫폼은 문화예술교육에서 새로운 시도와 접근이라는 미션을 계속해서 받는다. 그렇다면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시도할 수 있는 방법들엔 무엇이 있을까? 이 프로젝트는 방구석과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방구석 안에서 가상의 모험을 떠난다. 각자의 공간에 머물러 있지만, 모두가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함께 쌓아가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참여자를 만난다. 여기서 우린 “과연, 가상세계 안에서 우린 예술적 경험과 소통을 나눌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것이다. 특히, VR이라는 매체를 활용함에 있어 이것이 예술의 도구이자 영역일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 또한 생길 수 있다. 예술가의 도구와 매체는 규정되지 않는다. 아니 규정되어선 안 된다. 아이들의 예로 들었을 때, 바위 하나, 돌멩이 한 개, 모래 알갱이 한 알에서도 다양한 모양과 형태를 상상하고 무언가를 만들어간다. VR과 가상세계를 매체의 특성으로 볼 것이 아닌, 그 기준 위에서 질문을 시작한다면 우린 어떤 예술적 경험을 나누고 함께 협업할 수 있을까? 그 경험의 생각들은 각자의 몫이며 그 지점을 같이 이야기 나누는 것이 이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다.

“불완전한 상황 속에서 흐름을 읽고 만들어가는 과정의 즐거움”

<방구석 대모험 (VR끼고)> 유저(user)들은 예술가가 만들어 놓은 가상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교육자와 함께 스스로 만들어가는 예술적 경험을 즐기고 있었다. 가상현실과 VR은 단지 미디어 도구에 불과할 뿐, 그 안에서 다양하게 탐색과 탐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미디어가 가지는 한계점이나 엉뚱한 상황들과 불완전한 풍경들 속에서 참여자들은 다양한 예술적 모험이라는 재미와 의미를 찾는다. 막혀 있던 공간은 가상세계의 기술적 영역에 갇히지 않고 나아가 방구석 안에서 어떤 예술적 여행을 할 것인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경험은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아웃풋(output) 된다. 대부분 우리들은 특정한 목표와 기준에 의해 예술적 경험들이 요구되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예술 작품 하나를 보더라도 그 시간과 공간, 빛 그리고 주변의 공기와 소음의 흐름에 따라 다르게 각자 다르게 경험하고 느낀다. 그리고 그 경험은 참여자 각자의 일상생활 속으로 다양하게 물들어 가는데, 이 가상의 모험 안에서는 참여자 개개인의 경험을 다양하게 공간 속에서 풀어가며 나눠가고 있었다.

“제가 느꼈던 대학의 예술 수업은 정적인 것이었는데, 예술 수업이 매뉴얼처럼 고정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반복되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보단 나도 배움이 있고 영감이 있어야 하는데, 가상현실 속 동적인 환경에서 서로 뛰어다니며 풀어내는 과정, 그런 시선에서 수업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어가는 이 워크숍 형식이 저에게 맞는 지점인 것 같아요“

새로운 매체를 받아들이고 시도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비대면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예술가와 단체 및 예술교육자들은 온라인 플랫폼의 기능과 기술에 맞춰 예술 활동을 제공하려다 보니, 경험을 나누는 예술가가 아닌 제공자의 역할로 변화되어가고 있는 모습을 서로에게서 관찰할 수 있다. <방구석 대모험 (VR끼고)> 참여자와 예술가가 함께 불완전한 풍경 안에서도 다양하게 탐색하고 탐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물질의 차이, 관계의 차이와 시공간의 차이가 가져다주는 의미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한다. 방구석 모험가들은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험과 그 차이들을 이야기하며 그들이 앞으로 진행할 가상의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각자의 방구석에서 유토로 각자의 작업물들을 제작하고 비현실에서 VR로 조각하는 예술적 차이를 통해 다른 차원의 경험이 어떻게 공유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촉감이 사라진 가상의 공간에서 사운드와 시각에 의존하여 경험하는 감각의 전환은 제한된 환경 속에서 또 다른 가능성이라는 예술적 경험을 이끈다. 이러한 전환의 과정과 더불어 <방구석 대모험 (VR끼고)>의 또 다른 묘미는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함께 경험을 하며 각자의 공간에서 더 나아가 가상의 공간이라는 공유의 공간 속에서 함께 다양화시켜 나감으로써 수동적인 참여자를 넘어서 능동적인 매개자로 예술가와 함께 워크숍을 변화해 나간다.

“즐겁게 놀면서 예술적 경험을 나누는 수평적 방식의 전환”

그리고 그 변화는 예술 수업이 매뉴얼처럼 고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예술가의 철학과 어우러져 갔다. <방구석 대모험 (VR끼고)>는 다양한 시점에서 다른 경험을 이어가게 한다. 특히, 관찰자의 시점에서 흥미로운 것은 현실 세계에서의 오브제 작업과 가상현실에서의 차이를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던 작품들이 현실의 모습과는 다른 형태로 가상의 환경에서 구현되고 다양하게 탐색과 탐구가 이루어진다. 포탈을 이동하며 각자가 직접 만든 조형 작품을 찾으러 함께 모험을 떠나는 여정이 이어진다. 중간에 사라진 친구들을 찾으러 갔다가 휴식공간에서 노래도 부르며 춤도 춘다. 그리고 마주한 작업물들은 우리가 현실에서 알고 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정면으로만 응시하던 현실의 모습과는 다르게 위와 아래 그리고 옆과 다양한 각도와 크기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안에서 참여자들은 놀이터에 온 듯이 가상세계 속 작품들을 뛰어넘으며 다양하게 탐험하며 즐겁게 예술적 경험을 나누고 있었다.

“워크숍에서 창작자들이 다양하게 방향성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방구석 대모험 (VR끼고)>를 진행하면서 제한된 상황 속에서 작업이 이루어질 때, 만들어지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어요. 작업이라는 것도 다양한 상황 속에서 이끌게 되는 방식들 즉, 조건들을 제시해 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엔 참여자들 자기들이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이 가상의 모험 설계는 조형작품을 만들고 가상현실을 체험하면서 전시를 함께 경험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참여자에 의해 지속적으로 변화되어가는 즐거움을 <방구석 대모험 (VR끼고)> 워크숍에서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워크숍을 이끄는 예술가가 길을 안내하는 안내자였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서포트로서 역할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다. 예술가의 역할이 변화되는 지점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단순히 예술가의 의도를 넘어 참여자들과의 관계와 경험이라는 <방구석 대모험 (VR끼고)>만의 예술가적 여정에서 자연스럽게 변화가 되고 있었다.

“각각의 방구석에서 만들어지는 느슨한 예술 공동체”

단순히 혼자만의 예술작업을 해나가는 과정이 아닌, 무한한 가상의 공간을 함께 구성하고 만들어가는 관계에 대해 되돌아보는 <방구석 대모험 (VR끼고)>는 각자의 방안에서도 다양한 예술적 활동을 통해 이야기를 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현실과 비현실을 드나들며 각자의 다양한 경험의 지점을 나눠가며 워크숍의 대화는 한층 더 풍부해져 갔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만나서 예술적 경험을 나눈다는 것은 예술가에게 있어 즐거운 경험이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 그러한 만남을 지속하기란 어렵다. <방구석 대모험> 워크숍 참여자들은 공통된 분모를 가진 참여자들과 예술가이지만 공무원인 기술자, 예술가, 군 입대를 앞둔 대학생 외에도 청강생으로 들어왔다 적극적으로 워크숍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엇이 이들을 적극적인 참여자로 이끌었을까? 비대면과 가상환경에 대한 다양한 예술적 실험에 대한 물음표를 가진 참여자들과 관계의 질감이 더 깊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방구석 대모험 (VR끼고)>는 리얼 인터랙티브(interactive)라고 볼 수 있어요. 언젠가, 개인의 의미 있는 공간을 찍어서 보내자 했는데, 다양한 이야기와 경험들이 중첩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는 지점에서 비대면 속에서 새로운 온라인 협업자이자 친구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별거 아닌 것에 대해 다양하게 탐구하고 모험을 떠나는 과정 속에서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모여 노는 느낌을 받았어요.“

“무엇이 예술인가?에서 언제 예술인가?”

VR에 대한 한계점을 하나의 재미있는 예술적 실험으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과정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었던 <방구석 대모험 (VR끼고)>는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단순한 공간(space)을 우리들만의 이야기와 상상력이라는 하나의 장소(place)로 만들어가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였다. 무의미했던 것을 예술적 활동을 통해 의미로 만들어가는 것은 즐거움과 동시에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관계성의 회복과 더불어 우리가 바라보던 세상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다양화시켜가는 과정이었다. 말 그대로 모험의 여정과도 같았다. <방구석 대모험 (VR끼고)>는 말한다. 각자의 방 안에서 머물고 있지만 VR을 통해 가상의 공간에 함께 모여 예술적 작업을 함께 공유하고 채워가는 경험 자체가 중요하고 어렵게 느껴지던 가상세계와 VR이라는 매체와 도구 자체의 기능을 습득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스스로 선택에 따라 달라지며 열린 이야기로 우리들과 마주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VR 세계나 가상세계에서 없었던 방법들을 시도한다는 것, 예술 수업을 가상환경 안에서 다양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지점, 즉 예술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을 함께 경험한다는 것이 본 프로그램이 가진 특별함이라고 본다.

우리가 비대면의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미디어는 이미 우리 주변에 다양하게 널려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어떤 예술적 시도로 접근할 수 있을까? 예술가 각자의 고민과 예술적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레시피(recipe)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엇이 예술인가에서 더 나아가 언제 예술인가의 시점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방구석 대모험 (VR끼고)>는 워크숍이 끝난 이후에도 지속적인 만남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예술가와 참여자들의 느슨한 공동체는 또 다른 다음에 대해서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 https://www.notion.so/48d6d3d8177843fb8d6b3394ff3b291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