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hyun Jung

빗나간 자리 _ 정지현

<빗나간 자리>는 상대방이 보낸 공을 어떻게 받아 넘길지에 대한 문제로부터 시작된 고민이다. 날아오는 공의 회전을 이해하고 넘겨주는 ‘핑’과 ‘퐁’의 관계처럼 일반적인 대화의 관계는 항상 서로를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다. 하지만 테이블 바깥의 현실은 오히려 일반적이라기보다 일방적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올바른 리시브’ 라는 것이 있을까? 그런 것이 있다고 믿었던 시기가 있었다. 여러 가지 형태로 날아오는 현실의 공들을 올바른 방식으로 받아내려던 시기가. 그 공들은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라켓을 빗나가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기대했었던 상황은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날아오는 순간의 구질을 파악하는 일은 밤하늘의 별들 중 진짜 별과 인공위성을 구분하는 일 만큼이나 어려운 것이었고, 더구나 리시브를 하지 ‘못한 것’과 ‘하지 않은 것’의 차이가 상대편에게는 그다지 다를 것 없음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라켓을 붙잡는 의미는 얕아져만 갔다. 결국 자연스럽게 라켓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고 돌이켜보면 그것은 애당초 어긋난 룰이기도 했다. 그동안 리시브한 공들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잘은 몰라도 아직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음을 짐작했고 그간 받아내었던 수많은 공들은 저편 어딘가를 계속해서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대답 없는 공들을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떨어진 공들을 줍는 쪽이 내겐 더 현실적이고 유효한 가치가 있으리라 판단했다.